6장. 실업과 먹을거리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면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은 잊히지만, 그가 먹은 음식은 후손의 튼튼하거나 약한 뼈로 엄연히 살아남는다'. 조지 오웰은 먹을거리의 변화가 왕조가 종교의 변천사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실업자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어떻게 삶을 꾸릴까.
생각하기에 실업자들은 가능한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영양을 뽑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같았다. 사치품을 줄이고, 조미료나 고기를 줄이고, 가성비 좋고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들에 투자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앞 장에서 했던 생각을 적용하지 못했다. 조지 오웰은 '돈이 없는 사람일수록 건강에 좋은 음식에는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고 못을 박는다. 앞 장에서 사치품에 관한 내용과 맞아떨어진다. 싸지만 사치스러운, 효율적인 면으로는 뒤떨어지는 그런 것들을 소비한다. 차를 마시고(영국인이니까), 감자튀김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실업자가 되어 못 먹고 시달리고 따분하고 비참한 신세가 되면, 몸에 좋은 음식은 심심해서 먹기가 싫은 것이다. 그보다는 먹는 '재미'가 있는 게 좋으며, 그럴 때 유혹하는 싸고 그럴싸한 먹을거리는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3페니 주고 푸짐한 감자튀김을 사먹자! 나가서 2페니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자! 주전자 물 올리고, 모두 차 한 잔 근사하게 하자! 실업수당을 받는 형편이 되면 사람 마음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흰 빵에 마가린에 설탕 친 차는 영양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느나, 누런 통밀 빵에 비계에 찬물보다는 '근사한' 것이다. 실업으로 인한 비참함은 계속해서 고통 완화제를 필요로 하며, 그런 차원에서 차야말로 영국인의 아편이다. 차 한 잔이나 아스피린 한 알이 통밀 식빵 한 조각보다는 훨씬 나은 일시적 흥분제가 되는 것이다.
이해를 도운 구절이라 통으로 가져왔다. 건너 건너 아는 이들 중 형편이 안되는데도 꾸역꾸역 백화점에서 옷과 화장품을 사는 집이 있다. 음식은 아니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참함을 안고 필사적으로 고통 완화제를 찾아다녔던게 아닐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러한 소비는 전혀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소비를 하지 않게 도울 수 있는 법은 없을까? 모든 인간을 행복하고 자존감 넘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가?
조지 오웰은 실업가들에게 음식의 영양가와 현명한 소비에 대한 교육을 하는 자들에 대해서도 인상이 별로 좋지 않다. 그들이 정말 나쁘다는게 아니라, '한 가정을 폐기처분하여 한 주에 30실링으로 살게 만들어놓고는 돈 쓰는 요령을 가르쳐주겠다고 나설만큼 뻔뻔하다'는 공산주의 연사의 말에 동의한다. 그런가하면서도 조지 오웰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목구멍에 쏟아붇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워한다.
'쌀와 양파만을 먹고 살 수 있는 인도인이나 일본인 쿨리라면 한 주에 15실링을 맏지 못할것이다(한 달에 15실링을 받아도 좋다고 할 것이다)'라는 말은 필자 생각으로 인종차별인지 아닌지에 조금 의문이 든다. 동양인은 쌀만 먹고 산다는 차별적 통념이 퍼져 있는 시기에 이런 구절이 보이니 마음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게 사실이다.
실업가들이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업수당이 높지만, 살림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씀씀이가 야무져진다면 머지않아 실업수당도 그만큼 삭감되고 말 것이란다.
7장. 그리운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
7장은 마치 '얼룩'처럼 보이는 산업도시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한참을 그 흉측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지 오웰은 두 가지 의문점을 떠올린다. 첫번째는 '꼭 그래야만 하는가?', 두 번째는 '그게 무슨 대순가?'. 그는 산업화가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것이면 해롭지 않다고 생각할 유혹이 언제든 도사리고 있다'며 산업화의 미추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진정한 사악함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어 중산층과 노동 계급을 비교하는데, 그는 중산층이 역사나 지리 같은 쓸데없고 웃긴 것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진짜 일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지어 "병적이고 무기력하고 방탕하다"고 묘사하는 글을 인용한다. 조지 오웰은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는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따스하고 건전하고 인간적인 공기가 있다. 나는 일거리가 꾸준하고 벌이가 괜찮다면(그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육체노동자가 '배운' 사람보다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감히 말하겠다'며 노동 계급의 편안한 풍경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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