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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하루하루 기록하는 독서

<위건부두로 가는 길> - (3)

by 김바이오공 2020. 4. 19.

5장. 실업수당으로 사는 사람들

 시작부터 현실을 꼬집는다. 실업자 수가 200만이라는 수치 인용을 보면, 200만 명이 실직했고 나머지는 멀쩡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러나 실직자는 주로 가장이고, 피부양인의 수까지 합하면 최소한 200만의 세 배로 늘어난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하듯, 돈은 벌지만 형편상 실업자라고 해도 되는 이들도 있다. 벌어오는 돈으로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이후 조지 오웰이 실업 수당을 계산하는 것을 따라가보니, 가족이 있는 사람은 최종적으로 30실링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앞 페이지에 달린 원주에 '최근 방직 공장에 대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4만 명 이상의 '상근' 근로자의 주당 수입이 30실링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는데, 실업 수당 만큼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하위 계층이 일을 해서 버는 돈과 기초수급자에게 나오는 지원금이 액수가 비슷하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다. 이게 진짜인지는 통계를 좀 확인해야겠지만,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너무 허탈할 것 같다. 누구는 일해서 버는데, 누구는 앉아서 가만히 그만큼 번다니. 물론 기초수급자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다. '퍼주기식' 복지가 과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요즘 들고 있어서다. 관련된 내용을 좀 찾아봐야겠다.

 

 '자산 조사'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하루 두 번씩 직업안정소에 가서 서명을 해야하고, 다른 소득원이 있다는 기미만 보여도 실업수당을 거부당한다. 편법을 쓰려하면 이웃이 밀고한다. 노인을 부양하는 것은 '하숙인'을 들이는 것이라 실업수당을 삭감해버린다. 결국 실업자 인구도 축소된 수치다.

 

 실업으로 부부 중 남자가 일이 없어져도 여자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일이 많아진다. 그러나 부부의 상대적인 지위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한다. 여전히 여자만 집을 돌보고, 남자는 그냥 멍하니 있는다. 그러나 여자가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조지 오웰은 이 현상에 대해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남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아줌마' 노릇을 한다면 사내다움을 잃는게 아닐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한 번 가사일을 시작하고 다시는 취직을 하려하지 않을까 무섭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 바에야 조금 쉬게 두면서 일을 구해보라 재촉하는게 여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일 수도 있다. 실업은 무기력감을 주니까.

 

 직업센터도 있다고 한다. 또 현대사회와 비슷한 모습이 나온다. 사회주의자들은 이 직업센터들이 실업자들을 잠잠히 있게 하고 정부가 뭔가를 해주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비난한다. 조지 오웰도 '그런 곳에서는 역겨운 YMCA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하는 것을 보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양이다.

 

 '전국 실업 노동자 운동'도 있는데, 조지 오웰의 눈에는 이 곳이 훨씬 나아 보인다. 그러면서 '영국의 노동계급은 앞으로 나서는 데는 별 재주가 없지만 조직력에 있어서는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을 표현할 때와 비슷한 문장인 것 같은데, 두 나라의 노동계급이 실제로 비슷할지 궁금하다.

 

 실업자들은 자신이 '실업'했다는 것을 수치스러워 한단다. 전부 '나'의 탓이라고 못 박아버렸기 때문에 무기력함은 심화된다. 중산층은 이런 사람들에게 '원하면 언제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단다.

 반성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 바가 없잖아 있었다. 실업가들 중에는 꽤 번듯한 사람이 많으니, 그런 사람들이 약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 일어설 수 있으리라 어림짐작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이제는 아예 남은 삶을 실업수당에 의존하기로 작정한 사람들도 생겨난다. 사람들은 먹는 것에서 생긴 결핍을 전기로 채운단다. 값싼 사치로 부분적인 보상을 받으며 이에 만족하고 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박도 주요 산업이 되었다. 결국 '희망'을 판매하는 산업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는거다.

 

 조지 오웰은 이런 현실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지만, 한편 어쩔 수 없는 최선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웃긴 포인트는 조지 오웰이 마지막 문단에서 '우리는 이따금 실업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게 전부 지배층의 교활한 술책이라는(일종의 '빵과 서커스'라는) 말을 듣는다. 내가 본 바로는 우리 지배층에게 그만한 머리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한 대목이다. 지배층이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