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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하루하루 기록하는 독서

<위건부두로 가는 길> - (1)

by 김바이오공 2020. 4. 17.

The Road to Wigan Pier

George Orwell

 

 르포르타주 기법. 처음 듣는 방식으로 쓰인 책이다.

 

 사전에 따르면 보고기사 또는 기록문학이라고도 불리며, '로포'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실제 사건 현장의 소리와 인물을 엮은 형식이라고 한다. 그러니 소설보다는 수필에 가깝다는 말이겠지. 프랑스어로 탐방, 보도, 보고를 의미한다고 하는 만큼 '허구'보다는 '사실'에 근거하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

 

 조지 오웰이 작가의 본명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대표작 '동물농장'을 읽으며 맨 앞 작가소개를 보고 알았다.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는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난 상류 중산층이었다. 다만 그 계층 중에서는 낮은 위치였던 것 같은데, 조지 오웰은 사립 명문 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을 뒤로하고 '인도 제국 경찰'이 된다. 그러나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은 이후에 탄생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재미있는' 부류는 아닌 것 같다. 책을 펼치면서 한 번에 1장부터 3장까지를 읽었는데,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도 없고, 수필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감요소도 없다. 그러나 시대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것에는 완벽하다. 그리고 아직 책의 극초반부이니 중후반부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남아 있다.

 

 1장에서 조지 오웰은 어느 하숙집에서 묵는다. 브루커 부부가 운영하는 하숙집인데, 방 하나에 가구들 사이로 억지로 침대 4개를 밀어넣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부부는 '늘 불평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하숙인들이 '돈만 내고 밖으로 나도는' 사람이길 바라는데, 어딜 가든 이런 생각은 똑같은 것 같다.

 

 브루커 부부의 가게는 천엽을 판매하는 가게라고 하는데, 이 천엽이 내가 아는 그 천엽(반추동물의 제3위. 우리나라에서는 소의 위인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이 맞는지 궁금하다. 맞다면 영국에서도 천엽을 먹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브루커 부부의 아들딸에 대한 짧은 언급 중 한 아들의 약혼녀 '에미'에 대한 언급도 꽤 익숙한 내용이었다. 이 약혼녀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낮에는 공장에서, 저녁에는 브루커 부부의 집에서 일을 도우며 산다. 그러나 결혼은 계속 미뤄지고 있고, 영영 불가능해 보인다고 조지 오웰은 말한다. 예비 며느리를 부려먹는 시가(家)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인지 처지가 딱해보였다.

 

 2장에서는 광부가 하는 일, 3장에서는 광부의 삶과 취급에 대한 묘사가 들어 있다. 광부들은 무릎걸음으로 갱도를 지나 안으로 계속 들어가야 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출근과 퇴근이 이미 고된 노역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에 임금을 지불할 리는 만무하다. 광부들은 열심히 석탄을 캐내 산업사회를 떠받친다.

 

 정말 그 시대상을 묘사하는 수필을 읽는 느낌만 든다. 재차 이야기하지만, 재미가 없다. 하지만 후에는 다르길 기대해 본다. 이 책 안에 녹아들어 있는 작가의 사상과 주장, 그리고 의견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라고 들었으니 곧 그 모습을 드러내 주길 바란다.